문장을 반복하고 교사를 따라 하는 것이 영어습득에 도움이 될까? 외국어교육 초기인 1940년부터 50년까지는 행동주의 심리학과 구조주의 언어관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시대에서 대표적인 학자가 스키너이다. 스키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쥐를 이용한 학습 실험이다. '동물들의 조건 반사를 관찰하고 보상해주었더니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내용이다. 행동주의, 구조주의 언어학자들은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난다는 백지설을 주장하고 언어학습은 모방과 연습 그리고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외부 입력으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행동주의 언어학자들은 여러 번 모방하고 반복하는 학습법을 내세운다. "따라 해보세요" 같은 학습활동이 모두 행동주의적 접근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바른 영어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권위자에게 자극을 받아야 하고 정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조주의 언어관은 언어를 부분의 합으로 본다. 즉 언어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기 때문에 언어를 단어, 구, 절로 쪼개고 이것을 다시 합하면 언어가 된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언어를 익힐 때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점을 분석하고 파악해서 외국어를 익히는 방법을 채택한다. 따라서 사람이 가진 자질을 고려하기보다는 단순 반복, 대조 분석 또는 청화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며 '언어 발달은 모방을 통한 학습'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행동주의적 접근법이라고 한다.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접근법이고 현재 교육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교육법이기도 하다. 언어는 자신의 언어체계를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고 이를 근간으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며 정서적 교류를 쌓아나가는 수단이다. 따라서 언어를 단순한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게 반복하고 모방하는 것을 교육의 중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영어를 습득하는데 절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일 수 있다.
언어습득장치(LAD)란 무엇인가?
언어습득장치라는 말은 행동주의적 접근법이 유행한 이후 1960년부터 70년까지 주류를 이룬 생득주의의 대표적인 학자 노암 촘스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노암 촘스키는 현대 언어학의 발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촘스키는 '인간은 언어 능력을 타고났다'는 전제에서 모든 어린 아이들은 언어습득장치를 가지고 있고 그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은 언어를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는 규칙이 지배하는 창조성이 있으며, 이런 규칙을 습득하면 배우지 않은 문장이라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런 문법 규칙은 무의식적으로 익힌다고 한다.
또한 언어 활동을 인간 정신의 창조적인 영역으로 보고 있다. 사람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언어습득능력을 타고난다고 말하고, 그러므로 스스로 문법 규칙을 터득할 수 있는 학습자의 인지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생득주의 학자들은 무조건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학습을 쌓아나가는 유의미적 방법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런 생득주의적 접근방법에 대한 약점도 있는데, 언어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창조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의사소통, 정서, 공감 면에서의 언어 기능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득주의적 접근법은 언어습득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루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어습득 교육은 원어민 교사에게 받아야 할까?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활용되고 있는 혁신적인 교육 방법 중 하나가 상호주의이다. 언어는 의미 표현을 위한 체계이고, 언어의 기본 기능은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상호주의학자들은 의사소통은 언어 사용자 간의 의미 있는 공유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언어 사용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상호작용이며, 사회 전반에 관한 현상을 언어라는 틀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호주의의 대표적인 학자가 비고츠키이다. 비고츠키는 근접 발달 영역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적 발달 수준은 학생이 타인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며, 잠재적인 발달 수준은 교사 또는 유능한 또래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이야기한다. 근접 발달 영역이란 아동의 잠재적인 발달 영역에서 성인이나 뛰어난 동료가 학습을 함께 도와주는 영역을 뜻한다.
중요한 내용이 비계 설정이다. 이것을 통해서 근접 발달 영역이 점점 실제적 영역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근접 발달 영역은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타인의 도움을 받고 모방하는 단계가 있고, 타인의 도움 없이 모방하는 단계가 있다. 모방한 것을 내면화하고 자동화하는 단계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능력을 발달시키는 단계가 있다. 진정한 교사의 역할은 배우는 학생들이 네 번째 단계까지 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영어습득을 하는데 원어민 교사가 좋을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교사가 좋을지 물어 보는 경우가 있다. 원어민 교사 또는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교사가 좋을 수도 있지만 비계 설정을 통해서 아이들의 근접 발달 영역을 실질적인 영역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교사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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